죽음은 인류 보편의 경험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이느냐는 각 나라, 각 문화마다 전혀 다릅니다. 장례의 형식과 추모 방식은 사회의 가치관, 종교, 역사, 심지어 기후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색적인 장례·추모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기 위한 ‘죽음을 테마로 한 여행’이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묘지와 장례문화는 더 이상 무겁고 피해야 할 장소가 아니라, 삶의 철학과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 글에서는 멕시코, 일본,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모 문화를 중심으로 각국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탐험합니다.
멕시코: 죽음을 축제로 기리는 ‘디오스 데 로스 무에르토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추모 축제 중 하나입니다. 매년 11월 1일(어린 영혼의 날)과 11월 2일(성인의 날), 멕시코 전역은 화려한 색상과 음악, 음식, 꽃으로 가득 차며 죽은 이들을 맞이합니다. 멕시코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며, 그들이 살아 있을 때처럼 함께 웃고, 먹고, 기뻐하는 시간입니다. 이 축제는 단지 종교적 행사가 아니라, 멕시코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문화적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가족들은 망자의 영혼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오프렌다’라고 불리는 제단을 만들고, 죽은 이가 좋아했던 음식과 물건, 사진 등을 정성스럽게 차려놓습니다. 무덤은 금잔화(Cempasúchil)와 촛불, 해골 장식으로 꾸며져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해골은 무서움을 상징하지 않고, 오히려 웃는 표정을 지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합니다.
여행자로서 이 축제를 체험하는 것은 단순히 이색적인 문화를 보는 것을 넘어, 죽음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죽음조차 축제로 기리는 인간의 태도’를 체감하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일본: 정제된 공간과 불교적 추모 방식
일본은 유교와 불교, 신토의 전통이 융합된 특유의 문화 속에서 죽음과 장례를 다뤄왔습니다. 특히 일본의 장례 문화는 깊이 있는 불교 사상과 유교적 가족 중심주의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정제된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일본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조상과의 연결이며, 그들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방식으로 ‘삶’을 더 단단히 다지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추모 행사는 오본(お盆)입니다. 매년 8월 중순경, 일본 전역에서는 귀신이 집을 방문한다고 믿는 오랜 전통에 따라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는 다양한 의식이 펼쳐집니다. 가족들은 묘지를 방문해 풀을 뽑고 비를 닦으며 묘소를 정돈하고, 제등(ちょうちん)을 걸어 조상의 귀환을 알립니다. 불을 피우는 ‘맞이불(迎え火)’과 ‘보내불(送り火)’ 의식은 마치 빛의 축제처럼 보이기도 하며, 죽은 이를 다시 이승으로 초대하고 보내는 환송의례입니다.
여행자들은 이러한 장례의 과정을 통해 일본 사회가 죽음을 얼마나 조용하고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지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예술과 철학이 살아 있는 ‘페르 라셰즈 묘지’
프랑스의 파리 동부에 위치한 페르 라셰즈 묘지(Cimetière du Père-Lachaise)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묘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단순히 묘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예술 공간이자 철학적 성찰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이 묘지에는 수많은 세계적인 예술가와 지성인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작곡가 쇼팽,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 배우 사라 베르나르, 작가 오스카 와일드, 록 스타 짐 모리슨 등 그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무덤은 단지 유해를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예술적 조형물과 건축적 상징이 어우러진 기억의 조각품입니다.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랑스의 묘지문화는 단연코 ‘장례’를 넘어선 문화적 감동을 줍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멕시코에서는 축제로, 일본에서는 명상으로, 프랑스에서는 예술로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대하는 문화의 차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밀접한 연결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장례 대신 떠나는 여행, 추모 대신 배우는 경험. 다음 여행에서는 유명 관광지 대신, 그 나라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리는지를 느낄 수 있는 묘지와 추모문화의 공간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