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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스키장 투어 – 눈 없는 겨울왕국의 몰락

by anstory25 님의 블로그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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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관련이미지

겨울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스키장. 눈밭을 가르며 활강하던 그곳이 지금은 폐허로 남아있다면? 기후 변화, 인구 감소, 레저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인해 한국 곳곳의 스키장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버려진 스키장들의 몰락 배경, 현장을 여행지로서 다시 조명하는 시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회적, 환경적 메시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1. 사라진 스키장의 흔적 – 무너진 슬로프 위에 쌓인 시간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전국 곳곳의 스키장들이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강원도, 경기도 북부, 충청권까지도 활기찬 스키장을 운영하며 지역 경제를 견인했지만, 지금은 버려진 채 흉물처럼 방치된 스키장이 적지 않습니다. 이 스키장들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재개발되는 것도 아닌 채 ‘멈춘 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기도 양주의 OO 스키장, 충청도의 XX 리조트 등이 있습니다. 1990~2000년대 초반 성황을 누렸지만, 고정된 눈 부족과 인건비 상승, 리프트 유지비용 증가 등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폐쇄되었습니다.

현장을 직접 가보면, 리프트 철골이 녹슬어 있고, 캐빈은 먼지가 덮여 있으며, 슬로프는 잡초로 뒤덮여 있습니다. 버려진 스키장은 과거의 낭만과 현실의 격차를 말없이 보여줍니다. 마치 한 시대가 끝났음을 증명하는 거대한 흔적처럼 말이죠.

2. 겨울이 사라진다 – 기후 변화가 만든 침묵의 풍경

버려진 스키장 이야기는 단순한 경영 실패나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눈 부족과 계절 왜곡 현상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겨울은 이제 눈보다 비가 더 자주 내리며, 중부와 남부 지역의 경우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스키장들이 12월~2월 사이 짧은 운영만 가능해졌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죠.

과거에는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 4개월 이상 스키장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자연설 없이 매일 밤 인공설을 살포하고, 낮에는 녹지 않도록 유지관리해야 하는 인력과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인공설 시스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스키장 산업 자체를 지속불가능한 개발의 상징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눈 내리는 풍경’ 자체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버려진 스키장 풍경은 더 이상 낭만도, 여가도 아닌, 기후 위기의 생생한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그 흔적을 통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계절의 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3. 폐허에서 기억으로 – 새로운 여행지로서의 재조명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버려진 스키장들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폐허 투어’, ‘기후유산 답사’, ‘로컬 기록여행’ 같은 키워드를 통해 스키장 폐허를 기억과 성찰의 장소로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버려진 스키장을 활용해 사진전, 다큐멘터리 촬영, 체험형 전시 등을 시도하고 있으며, 구조물을 조명 설치로 꾸며 예술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청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버려진 스키장 답사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배경을 찾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지만, 낭만과 허무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를 성찰하는 경험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지에서는 버려진 스키 리조트를 기후위기 교육장소, 환경예술 캠프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죠. 이는 곧 관광과 환경, 기억과 미래가 연결되는 새로운 콘텐츠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버려진 스키장은 단지 실패한 개발의 흔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후 변화와 산업 구조의 전환, 지역 사회의 붕괴와 문화의 단절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폐허 위에서 과거를 반추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음 겨울, 활기찬 스키장이 아닌 멈춰버린 겨울왕국의 풍경을 직접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엔 우리가 눈감아 왔던 이야기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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